[나와 이녀석의 스토리] 사실 8년전에 난 돈 없는 AV매니아 였다.
얼리어댑터 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내가 가용한 경제적 범위안에서 각종 전자기기의 유행은 절대로 뒤쳐지지 않고 따라가고(흉내내고) 있었다.
그 당시 전자기기 취미시장의 가장 큰 위치는 PC AV였던것 같다.
PC AV 시스템에 대한 사이트나 동호회도 많았고, PC에 5.1채널(5방향 스피커+엑티브우퍼의 조합)에 디코더 혹은 전용 사운드카드로 개인용 AV PC를 꾸미는 것이 유행이었던 때였다.
나 역시, 그런 추세에 맞추어, 각종 장비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른들의 취미라는 것이 그렇듯이, 언제나 지름신을 동반하게 된다.
아마도 유아적부터 새로운 장난감을 계속 사달라고 조르던 습성이 어른이 되어서도 없어지지는 않는듯 싶다.
만족은 없었고, 스피커를 좀 더 큰걸로 바꿔도 보고, 디코더를 업그레이드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PC로 꾸밀 수 있는 AV시스템에서 들려주는 소리는 너무 가벼웠고, 화면은 작았다.
때마침(?) 나에게는 소위 있는집 자식이 두명이나 친구로 있었고 그 녀석들 역시 AV와 하이파이에 미쳐있었다.
잦은 왕래로 눈과 귀만 높아져 갔고.
어느날 친구녀석이 자신의 하이파이로 들려준 마이클잭슨의 Black or White.
노래 초반에 나오는 맥컬리 컬킨의 아빠역이 문 두드리는 부분. 나도 모르게 정말로 친구 녀석 방의 문을 쳐다 보았고...
가격은 상대가 안되지만, 저 정도는 내 시스템도 들려줄 수 있을꺼야 하는 생각에 바로 그 씨디를 빌려왔다.
그리고...
난 절망하고 말았다.
통통 튀는 저음에 고음은 찟어지고 중음은 사라지며, 맥컬리 아빠가 방문을 암만 두드려도 분명히 스피커에서 들려오는게 느껴졌다.
음들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
그 즉시 PC를 제외한 AV 시스템을 서둘러 처분했다.
이제 더 이상 흉내만 내는 기기들은 쓰지 않기로 했다. 귀와 눈이 멀었던 것이다.
그리고 몇주를 고민하면서 중고매물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말했지만 난 돈 없는 AV매니아 였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 끝에 구입하게된 RD-7108.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때 당시 비슷한급의 리시버들에 대한 나의 선택 기준은 4가지 였다. - 나의 예산을 벗어나면 안된다. (야마하의 더 좋은 스펙과 충분한 출력과 음질/음장이 있었지만...)
- 6.1채널 (남들이 다 하는 5.1보다는 스피커 하나는 더 써야 있어보이지 않나?)
- 돌비프로로직2 (돌비프로로직이 흉내만 내는 것이었다면 II는 그 이상의 효과를 주었다.)
- DTS-ES 지원
여기에 야마하 NS P230(YST-SW005우퍼포함)+리어센터 한개 더있는 스피커 세트를 추가하였다.
이 놈은 크기는 마치 PC용 들과 비슷한데 그 성능과 힘은 크기 이상을 충분히 내주는 놈들이다.
PC에는 걍 브리츠 원목 2채널 스피커 달아주고.
29인치 브라운관 TV 중고로 업어오고, DVD 플레이어도 하나 달아주고.
그렇게 나의 즐거운 AV생활은 즐겁게 시작되었다.
제일 처음 틀어본 것은 역시 Black or White
감동이었다.
그 당시 나의 듣는 귀만큼은 고급이었기 때문에 친구녀석의 몇백만원짜리 조합보다는 떨어지는 것은 느꼈지만, 투자대비 충분히 만족할만한 음을 나에게 선사하였다.
그 당시에도 -요즘 만큼은 아니지만,- DVD복사판이나 다운받아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난 절대로 누가 보라고 구워줘도 보지 않았다.
사족이지만,
영화는 작은 화면과 저급한 사운드 시스템으로 보면 절대로 안된다.
같은 영화를 컴퓨터로 볼때와 영화관에서 볼 때 정말 다른 영화로 다가오는 것은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은 다 안다. 스토리와 드라마가 강점인 영화는 그나마 낫지만 특히 비쥬얼과 사운드를 강조하는, 공상/공포물 등은 절대로 그렇게 보면 안된다.
나 공포물 정말 못보는데, 컴퓨터로는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봐보면 정말로 안다.
영화를 다운받아서 컴퓨터 화면에, 몇천원 혹은 기껏해야 몇만원의 스피커로 영화를 보면서 재미없다느니, 별로 감흥이 없다느니 하는 것은 그 영화를 만든 이에대한 예의가 아니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그때 갖추어 놓은 AV시스템은 나를 AV 지름신들도 부터 구해주었고...
곧장 사진기(디카-DSLR) 지름신들에게로 나를 쳐넣어버렸다... ㅡㅡ;
아무튼 RD-7108은 우리나라에 그나마 존재하는 오디오 명가 인켈에서 만든 가격대비 정말 정말 뛰어난 성능의 리시버이다.
혼수로 티비만 하나 샀을뿐, 결혼, 애둘 낳아서 여태까지 우리집의 AV를 당당하게 지켜주고 있는 명품 RD-7108 참 기특하고 고마운 녀석이다.
요즘 별로 추가적인 사운드 관련 기술들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기적으로 스펙이 뒤떨어지는 것이 거의 없다. 가장 눈의 띄는 요즘 기기들과 대비한 단점은 HDMI 단자의 부재정도?
애들 둘이 조금씩 자라려다 보니 이제 TV를 그만좀 보자고 아내와 협의하여 TV를 없애다 보니...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RD-7108. 하지만 우리집의 소리를 묵묵히 지켜주었던 녀석이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소비를 실속적(현실적)으로 하시는 분 (요즘 중고가격이 10만원 전후로 측정되며, 이건 전자기기로서의 숙명이죠. 절대로 이 녀석의 실력으로 볼 때는 엄청난 저평가. ㅜㅜ)
그러면서 PC 혹은 홈시어터 입문을 준비하시는 분
HDMI 단자에 구지 얽매이지 않는 분(사실 오디오장비라는 개념에서 옵티컬 광단자면 충분합니다.)